[달팽이집5호] 달팽이집 5호를 떠나며

박현미
2018-11-1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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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을 떠나며


12월 31일 서울에 올라온 나의 첫번째 독립의 파트너 달팽이집, 3호에서 시작한 나의 달팽이집 라이프는 6개월 만에 5호로 옮겨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5호의 초기 입주자로서 많은 규칙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만들어갔던 경험은 이전에도 지금도 다시 하기 어려운 경험 일 것 같다. 이렇게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사는 삶을 그리고 꿈꾸고 실제로 살아본 경험, 두번 만난다면 나의 모든 운을 걸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같은 대문을 쓰고 거실과 세탁실, 특히 한대의 정수기를 공유하며 살았던 시간들, 수많은 맥주 캔과 많은 요리와 위로들로, 밤에 갑자기 떠났던 드라이브, 함께 견뎠던 누수와 함께 견딘 많은 귀찮은 가사노동과 가위바위보로 채워진 820여일. 


이집을 떠나며 느끼는 첫번째 느낌은 실연이다. 누군가는 오바라고 하겠지만, 가족처럼 가까이 살던 사람들을 떠나보내고, 떠나며 다른 감정으로 축소시키고 싶지 않다. 연이 이어져오던 사람들과 이제는 먼 이웃으로 멀어지는 것. 각자의 이유로, 합리적인 선택으로, 더 나은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두고 다른 사람들을 맞이할 여유는 없었고,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나도 떠나기로 결정했다. 누군가가 미워서, 싫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사랑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것이 남들보다는 나에겐 너무 버거운 일이었을 뿐이다.


두번째는 감사함이다. 함께 마시고 웃고 떠들고 춤추던 추억들에, 일상처럼 펼쳐지던 특별한 순간들의 소중함을 다시 떠올린다. 나를 자라게했고, 깊어지게 했으며, 나 그대로 괜찮을 수 있었던 안전한 우리집. 떠나서도 5호 식구 였음이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다. 각자 살다가 아주 가끔 다시 만날 식구들이 나의 삶에 존재할 수 있게한 나의, 우리의 5호. 방방봉봉의 시간들로 사람이 사람에게 의지되는 법을, 위로하는 법을 다양한 사람들과 많은 시간들로 배웠다. 고맙고 고마운 시간들을 함께해준 사람들에게 다시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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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하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