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소식] 지역 기반의 청년주거 해법, 전주달팽이협동조합에서부터

2022-04-06
조회수 213

2018년 2월, 전주에 달팽이집이 생겼습니다. 벌써 5년이 되었네요.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서울 조합원들과 전주에 놀러가는 교류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2년의 공백이 생겨 아쉬운 마음이에요.

그동안 물리적 거리로 인해 전주달팽이집에 거주하는 활동가와 식구들을 중심으로 운영을 해왔어요.

더불어 지역에서 주택을 운영하고 거주의 지속성을 만들어가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왔습니다.  


그동안의 고민을 '전주달팽이협동조합' 설립과 함께 새로운 그릇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민쿱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전주만의 고민과 현장으로 더 좋은 삶을 위한 활동과 연대를 쌓아갈 예정이에요. 

시작이 반이라고 새 걸음을 딛는 것이 쉽지 않지만 전주달팽이협동조합의 출발을 응원하고 축하합니다!

지역과 수도권이 겪는 주거문제가 다 같지 않을 것이고, 지역을 기반으로 우리가 겪는 주거불안을 새롭게 정의하고 해법을 모색해 나갈 것을 기대합니다.


전주달팽이협동조합의 이사장이자, 전주달팽이집의 대의원인 정은실님이 전해온 전주달팽이협동조합에 대한 고민과 지금 전주달팽이집의 근황을 나눕니다.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다니   

달팽이집 중 유일하게 수도권 밖에 있는 전주달팽이집은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고 있어요. 

전주달팽이집은 거리상의 이유로 사무국에서 빠른 응대를 하기 어려운 곳이었어요. 또한, 기존에 살던 친구들 중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하던 친구들의 활동이나 고민과 맞닿아 입주자 중심의 운영과 청년들의 정주환경에 대한 필요의식이 커지고 있었죠. 크고 작은 마을 활동과 주거 기반의 활동이 이어지던 작년 3월, 달팽이집의 입주자들이 모여 총회를 열고 청년들의 정주환경을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바로 '전주달팽이협동조합'이에요.

전주달팽이협동조합은 작년 3월에 총회를 열고, 4월에 설립신고를 한 후에 한참동안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우리가 어떤 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거죠. 그러던 9월경 '시범형 LH테마형매입임대주택'이라는 기회를 만나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사업계획서도 쓰고, 설계사무소에서 계획설계도 요청해 받아보고, 1차 합격이라는 기쁨도 얻고, 2차 발표에서 심사위원들의 질문폭격을 받고 KO패하는 경험을 쌓았어요. 그 경험 끝에 진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갖게 됐어요. 

아직 확실한 답을 찾지는 못했어요. 다만, 지금 전주달팽이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이 집에 계속 살기를 원한다면 주거권을 보호하고 싶고, 더 나은 정주환경을 만드는 과정을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지 막막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해요. 달팽이가 바다를 건너는 것처럼 말도 안 됐던 일이 어느새 조합을 만드는데 까지 온 것처럼, 작은 움직임이 모여 다음의 바다를 건너는 날이 언젠간 올거라고 생각하고 지금을 즐기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주의 봄을 함께 보내요.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서울에도 봄이 전해졌기를.

  사진은 담 너머 밖에서도 보이는 달팽이집 마당의 동백꽃, 활짝 피었어요.

  전주달팽이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완산칠봉에 활짝 핀 4월의 벚꽃


작은 것부터 하나씩

달팽이집의 주방과 이어져 있는 점포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은 해결하지 못한 숙제가 되어 먼지더미 속에 쌓여 있었어요. 공간이 있으면 좋은 거지 뭐가 고민인가 싶을 수 있어요. 주거공간과 나무문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점포공간은 안전하고 독립적인 주거환경을 원하는 친구들에게는 불안한 요소였어요. 아무 연관이 없는 외부인에게 임대를 내주기는 어려웠죠. 게다가 임대를 한다고 해도 화장실이 없어서 마을의 공중화장실을 사용해야 했어요. 불편한 점을 감안하고 집에 사는 친구가 사무실(사무실에 일하는 동료들을 외부화장실을 이용했어요)로 사용했던 20년 12월 끝으로 점포공간은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버렸었죠. 

지난 3월 반상회 때 점포공간의 활용에 대해 안건이 올라왔고, 다들 진지하게 논의했어요. '바닥의 경사는 바퀴 달린 의자가 스스로 움직일 정도에요/ 전면유리로 인해 여름,겨울에 냉난방기 없이 사용하기 어려워요/ 화장실이 없어 치명적이죠 등'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외부인에게 임대를 한다면 얼마가 적정한지, 민쿱이 운영자이지만 직접적인 응대나 대처는 입주자가 해야 하는 점, 주방과의 연결을 차단하고 확실한 차단을 위해 공사가 선행되야 한다는 점 등. 현재의 상황을 공유하고 필요한 점을 논의하다 보니 결국 외부인의 사용은 배제하게 됐어요. 그렇다면 달팽이집에 살거나 달팽이집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잘 쓰일 수 있는 곳으로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졌어요. 

달팽이집에 살고 있는(또는 살았던)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외부인이 오더라도 믿을 수 있고, 만일의 경우 초대한 사람이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기에 믿을 수 있다고 의견이 모아졌죠. 최종적으로 달팽이집 커뮤니티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어요. 쉐어하우스 형태의 지금의 집은 지인을 초대할 때면 단톡방에 친구를 초대해도 되는지 물어봤고, 지인과 주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식사를 하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했었죠. 서로 조심해야 할 부분이 많았어요. 주방과 구분된 커뮤니티 공간의 마련으로 지인과 편안한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아직 한여름, 한겨울의 더위와 추위를 이겨낼 방안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공간을 쓰면서 생기를 불어넣고 다음을 고민하기로 했어요.  

1년만의 청소를 마치고 새롭게 가구를 배치하니 깔끔!

안쓰는 에어컨, 난로, 선풍기, 열풍기, 테이블과 의자, 조명, 커텐, 인테리어 소품, 다양한 도서를 받습니다.   

사무국을 통해 연락주시면 되어요  


태어나길 잘했어

전주달팽이집의 예술가 달팽이 최진영 감독님의 단편영화 '태어나길 잘했어'가 곧 개봉해요   (무려 2021, 16회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 재능상에 빛나는 영화입니다!)

2020년 4월까지 전주달팽이집에 거주했던 진영언니와는 달팽이집을 떠난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인연이 이어져오고 있어요. 언니를 통해 달팽이집 거실이 다른 영화의 촬영장소가 되기도 하고, 달팽이집에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과 만나 지금도 모임을 지속하고, 저는 언니와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어요. 달팽이집 친구들을 이번 영화 시사회에 초대해주기도 했어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열과 힘을 쏟는 뜨거운 마음을 가진 진영언니의 영화를 짧게 소개해볼게요.

주인공 중학생 춘희는 부모님을 잃고 외삼촌 집 다락방에서 더부살이를 시작해요. 땀이 밴 발바닥 자국이 거실에 흥건히 남았다고 타박을 듣고, 싱크대에 서서 혼자 라면을 먹고, 같은 집에 사는 또래 사촌이 가는 수학여행도 못 가지만 춘희는 울지 않아요. 어른이 된 춘희는 외삼촌 가족이 아파트로 이사하고 홀로 오래된 집에 남아서도 여전히 다락방을 자기 방으로 사용해요. 

영화를 보는 내내 달팽이가 된 우리들이 떠올라요. 넓은 땅에 내 몸 하나 누일 곳이 없던 수많은 춘희들. 여러분에게 이 영화의 개봉 소식을 꼭 전하고 싶었던 이유는 영화 속에 나오는 민달팽이 때문이어요. 춘희처럼 집이 없는 민달팽이, 그리고 춘희의 다한증과 민달팽이의 점액이 겹쳐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조합원이 생각났어요. 집에 대한 고민을 민쿱을 찾았던 친구들에게 영화가 그 고민을 다시 상기하고, 나눌 수 있게 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어요!

달팽이처럼 느리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춘희를 찾아주세요. 4월 14일 대개봉 

태어나길 잘했어 4월 14일 대개봉 ! 많관부 !  

* 참고: 제10회 대구여성영화제 GV  https://blog.naver.com/dwfffrom2012/22256034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