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자 수첩_운영지원팀 동현] 민달팽이로서의 삶이 민유와 민쿱을 만나기까지.

2024-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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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인사말


 안녕하세요. 조합원 여러분:) 만나봬서 반갑습니다. 저는 21살 때부터, 10여 년 넘게 세입자로 살아온 34세의 청년이자 집 없는 민달팽이로서, 지난 9월 민달팽이주택의 사무국이 된 동현입니다.  저는 운영지원팀으로서 우리 조합과 조합원, 사무국의 공동공간인 달팽이집을 지키고, 수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일합니다.  lh와 sh, 시공사에게 책임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면서요. 

  우리가 세입자로서, 또 집없는 민달팽이로서 '비영리주거모델'로 지속적으로 거주하기 위해서, 점유형태와 상관없이 존엄하게 살아가며, 좋은 공간에서 사람들과 연결되며 살아가기 위해서 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입니다. 이글에서 저는, 제가 어떻게 세입자로서 살아왔고, 그 경험들이 민쿱으로 저를 인도했는지, 또 그 경험들이 우리의 공간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지를 나누려고 해요. 


1. 화곡동집과 누수, 집주인과의 드잡이질, 힘겨운 승리?! 


 올해 2월 말, 예정되었던 타 지역으로의 취업이 이사 일주일 전에 급작스레 취소되며 저는 집 구하기와 취업이라는 이중 위기에 처했어요. 당시 SH 전세대출로 보증보험에 가입된 좋은 집에 살고 있었지만, 일주일 안에 비슷한 집을 구할 수는 없었죠. 결국 서울 강서구 화곡동의 34년 된 낡은 집으로 급히 이사하게 되었어요.

(새 집에 적응 중인 우주_치즈와 아키_삼색이)

 입주한 집에는 곰팡이가 피고, 문이 부풀어 올라 있었어요. 참아야 했죠. 하지만 아랫집에서 누수가 발생했다는 연락이 오고, 누수를 막기 위해 수도 밸브를 잠근 채 지내면서 수리를 위해 연락한 임대인과, 그와 결탁한 수리업자는 누수 확인을 위한 방문을 일주일 후로 예고했어요. 우리 호수에서 누수가 발생한 게 맞냐고 따지면서요.

 당시 저는 아랫집 누수로 인해 화장실도 제대로 쓸 수 없었어요. 임대인과 수리업자는 누수 수리를 미루며 저에게 그때그때 수도 밸브를 열고 사용하라는 말을 했어요. 아랫집은 천장에서 전기 스파크가 튀고 물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요. 저는 이에 이 집을 중개한 부동산에 찾아가 계약 해지를 요청하고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신고하겠다고 밝혔어요. 중개사와 통화한 임대인은 그제야 수리업자를 보내 수리를 진행했고, 5일 만에 누수가 해결되었어요.

 그 후 저는 물을 사용하지 못한 5일 동안의 월세와 숙박 보상 비용을 요구했고,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월세에서 차감해 입금하겠다고 통보하자, 집주인은 그에 해당하는 소액의 보상금을 제게 입금했어요. 이후 주방 싱크대에서도 녹물이 나왔지만, 이미 기존의 충돌에서 학습한 집주인이 별말 없이 수리해 주었어요. 당연히 해줬어야 하는 수리였고, 이 집을 임대하여 수익을 얻는 임대인으로서의 의무인데도,  몇차례나 싸우고 나서야 이 세입자가 만만치 않더라고 확인해야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더라고요..(눈물)

(화곡동 누수 수리 사진..)

2. 다양한 집의 기억과 민유, 민쿱과의 만남.

 

 저는 1층인 줄 알았으나, 창문 바로 앞이 옆집의 돋움지대 벽면이었던 사실상 반지하 집, 곰팡이가 여름이면 들끓었던 두 번째 자취방, 고시원이나 다름없는 얇은 벽을 경계로 좁은 복도와 화장실을 공유하며 서로의 인기척을 감지하며 살던 하숙집, 그리고 사적으로 빌린 돈을 갚으라며 다른 고시생의 방문을 걷어차던 신림집까지 다양한 집들을 거쳐왔어요.

 그러면서 집에서 다양한 하자가 발생하고, 수리 사항 비용 부담이 발생할 때마다 열심히 책임 소재를 찾았고, 제가 받을 수 있는 법적 권리와 상식적으로 받아야 할 권리를 찾기 위해 지난한 대화와 다툼을 겪었어요. 때론 잃고 손해를 보면서도 세입자로서, 민달팽이로서 살아왔죠.

 그러던 중 친구를 통해 작년에 처음으로 민달팽이협동조합을 알게 되었고, 올해 2월 민달팽이유니온 회원이 되면서 달팽이집을 알았고, 달팽이집 입주조합원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집주인이 대리인을 내세워 계약을 하겠다고 해서 화곡동 집 계약 때 처음으로 주의할 사항에 대해 민유로부터 상세한 설명과 도움도 받아봤고요. 화곡동에 대해 들었던 이야기와 대리인을 통한 계약, 일주일만의 이사라는 사태에 불안함에 몇 번이고 확인하고서야 겨우 진정을 했고, 이 집에 입주하게 되었어요.

(민유 회원으로 처음 함께했던 국회 기자회견, 저는 '입'자 피켓들고 있어요. 이제 보니 지금의 동료들이 곳곳에..)


 그러면서 몇 번이고 질문했어요. 왜 힘없는 세입자들은 이런 불안한 주거를 반복해야 할까요? 집주인은 당연한 수리 의무를 지난한 싸움 후에야 겨우 조치를 하고, 우리 연락을 무시할까? 국가와 사회는 왜 청년의 삶과 불안정, 저출생과 자살률 저하를 말하면서도, 청년들의 고립되고 불안정한 주거 조건과 온갖 갑질과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권리에 대해서는 침묵할까? 저 거대한 아파트에 들어갈 돈도 기회도 없는 우리에게는 커다란 불행과 슬픔 속에 가라앉는 삶밖에 없는 걸까?

 그리고 저는 그 대답을 하려고 애쓰던 중, 실제 그 결과를 10여년(민쿱), 동시에 14년간(민유) 만들어 온 곳이 있다는 걸 지난 상반기와 민쿱 지원과정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투기, 소유의 '아파트게임'도, ‘나만의 작은 상자같은 방’에서 고립되어 유대와 연결을 잃어버려서도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들과 공간, 이를 위해 협동하는 협동조합으로서의 민쿱을 보고 그리며, 지난 공고에 지원했고 지금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3. 최근의 현황과 앞으로의 계획과 방향


 그래서 저는 달팽이집에 살고 있진 않지만, 요즘 주변의 좋은 친구들과, 민쿱과 민유의 좋은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면서 한층 더 기운을 내고 있어요. 화곡동의 낡디 낡은 집을 다시 닦고, 꾸미고, 살림을 하면서 두 작은 생명(고양이)과 살아갈 집과 공간도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리고 조만간 이 집에 대한 부끄러움을 이겨내고서  소중한 사람들도 이곳에 초대할 예정이에요. 그렇게 좀 더 안정된 삶과, 연결된 관계들 속에서 살아가고 싶어서요. 저를 보호한다고 믿었던 방어벽들과 경계를 조금은 허물고, 열면서 말이죠. 

 저는 민쿱과 같은 사회(적) 주택에서 공동체로서 관계하고, ‘비영리주거모델’으로 집을 공급하며 집의 수리와 안정, 입주자들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주거방식이 우리 세입자들을 자신과 서로를 지키고 계속해서 힘내서 살아갈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믿어보려 해요.

 작은 상자 속에서 고립되고 싸우지 못해 '사라져 갔던 제 친구들'이 필요로 했던 안정된 주거공간과 유대감, 그리고 방과 방을 연결하는 거실과 같은 공동공간, 복도에서 마주치는 얼굴들과 인사하는 삶이 우리를 지키고 길러나갈 거라고 믿으니까요. 그렇기에 지치지 않게 저와 주변을 돌보면서, 멀리 오래 가보려해요. 


 아, 당연히 상근자로서의 업무에 충실하고, 해내면서요. 요즘은 장기 미해결 하자들을 주로 해결하고 있고, 공문을 통해, lh와 sh의 책임을 묻고, 시공사와 수리업체들을 감독하도록 요구하고 있어요. 녹번집 도배와, 연스타 화재감지기 교체 및 수리, 독산 집 에어컨 드레인도 대처하고 있고, 그와 다양한 수리 등도요. 그리고 착착 해결되는 일들에 있어서는 효능감과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부족한 저를 도와주는 좋은 동료들과 이해해주시는 조합원분들, 그리고 민쿱과 함께하는 다른 지원자들도 계시고요. 그러니 언제든 집의 설비와 공간에 대해 궁금하거나 도움이 필요하시면 ai룸메와 달팽이집 생활문의로 문의주세요:)


다시 한번, 반갑고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운영지원팀 동현 드림.

(화곡동 집 앞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