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자 수첩] 10월의 상근자 일기

202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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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엔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 지금 와서 한 달을 돌이켜보면 죽음과 참사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2022년이 2달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과 연말에 대한 흥분감이 조금씩 마음속으로 들어올 때쯤, 

사무국 동료의 제안으로 이한빛PD의 6주기 추모제를 다녀왔다. 


방송계의 강도 높은 업무와 직장내 괴롭힘으로 이한빛PD가 세상을 떠난 지 벌써 6년이 되었다. 이번 추모제에는 이한열PD, 이재학PD와 이힘찬 프로듀서의 각 동생분들이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세 동생들이 형을 바라보며 느낀 각자의 이야기, 특히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힘찬 프로듀서 유가족분들의 이야기에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함께 슬퍼했다. 

이날은 이한빛PD의 추모제였고, 많은 슬픔과 공감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노동인권센터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 문제를 풀어가며, 현재를 바꿔가고 있다는 희망이 보이는 자리이기도 했다. 


추모제를 갔다 오고 10월이 지나갈 때쯤, 또 한 번 죽음이라는 단어가 내 핸드폰 피드 속으로 들어왔다. 

10월29일 이태원 참사. 나는 참사가 일어난 바로 다음날 저녁으로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에 놀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던 지라, 이 참사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지인과 가족의 연락이 왔고, 뉴스는 매시간마다 업데이트됐다. 처음 뉴스를 접했을 땐, ‘사람이 많은 곳에서 사고가 발생했구나’ 정도로 생각했는데, 하루가 지나니 150여명까지 사망자가 늘어나 있었다. 이 와중에 더 놀랐던 것은 이런 참사를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책임을 축소하고 회피하려는 여러 모습들이었다. 


이한빛PD와 이태원 참사는 모두 개인이 아닌 사회적 죽음이다. 방송업계의 비정규직과 비상식적인 노동 강도, 예방과 조치의 부재 등 모든 것들이 사회와 제도 안에 얽혀져 있는데도, 정작 책임이 있는 주체들은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최근에 본 넷플릭스 드라마 ‘굿 플레이스’ 에서는 주위 환경과 체제를 바꾸면 인간이 더 선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사회 시스템을 재구성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시스템을 구성하는 드라마 속 책임자들의 모습이 지금의 제도권의 모습들과 너무나 상반되게 느껴졌다. 이처럼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맡기는 게 아니라, 인간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의 사회와 제도이지 않을까.


2023년이 벌써 두 달도 남지 않았다.


-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정기웅-


(10월엔 마냥 나쁜일만 있진 않았다. 결혼식 핑계로 순천에 놀러가서 예쁜 순천만도 구경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