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교류회 : 협동과 비영리로 주거문제 풀기 후기

2018-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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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5월 교류회  : 협동과 비영리로 주거문제 풀기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비영리 주거모델이라는 실험을 진행한 지 어느 덧 4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4년의 시간 동안 조합은 250명이 넘는 조합원과 1억 원이 넘는 출자금, 9호의 달팽이집을 공급할 정도로 성장하였고, 민간 사회주택 공급에 있어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조합의 비전과 목적을 다시 한 번 조합원들과 확인하고, 한 발자국 더 내딛기 위한 논의를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주제로 시작하려 합니다. 5월 교류회는 그 시작을 알리는 내용을 ‘협동’과 ‘비영리’라는 키워드를 통해 지난 우리의 활동과 경험에 대해 나누는 자리로 준비하였습니다.


이타적 인간과 협동

1부 행사는 협동조합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북포럼에 참석하여 ‘협동의 경제학’ 저자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정태인 소장님의 강연을 함께 들었습니다. 주류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합리적 선택을 하는 이기적 인간’과 ‘효율적인 시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인간의 이타적 측면과 협동의 가능성으로 강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수요·공급·가격으로 요약되는 주류 경제학의 논리로는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번의 실험이 이루어진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의 결과를 보더라도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합리적 선택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불공정(Unfair)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행위는 상호적으로 이루어지면, 여기에는 규범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게 고려된다.”


*불공정게임 : https://goo.gl/1LnCVw 


“죄수의 딜레마·사슴사냥게임·치킨게임 등 대표적인 사회적 딜레마 상황에서 이기적 인간을 고려한 주류 경제학은 적절한 답을 제시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아닌 타인의 이익을 먼저 고려한다면, 즉 ‘이타적’ 인간이 된다면 사회적 딜레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이를 기초로 하여 죄수의 딜레마·치킨게임과 같은 딜레마 상황을 협동을 통해 사회적 이익을 극대화 하는 ‘사슴사냥게임’의 상황으로 전환하는 것이 협동의 경제학 시작이다”


협동의 필수요소, 신뢰


정태인 소장은 협동의 요인을 마틴 노박((Martin A. Nowak)의 이론을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협동이 이루어지게 되는 요인은 5가지로 설명된다. 즉 혈연성·직접 상호성·간접 상호성·네트워크 상호성·집단 선택의 요인에서 인간은 협동하게 된다. 즉 인간 관계가 상호적이라는 부분에서 협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협동의 선순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바로 ‘신뢰’가 전제되어야 한다. 내가 누군가와 협동할 때 타인도 나와 협동한 다는 신뢰가 공동체·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되어 규범화되었을 때, 이타적 행위와 협동이 발생한다. 우리는 그런 공동체와 사회를 복원해야 한다”


정태인 소장의 강의를 통해 지금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선택한 ‘협동’에 대한 가치를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비영리’라는 가치, 당장의 이익이 생기더라도 배분하지 않고 더 많은 달팽이집을 만들기 위해 적립하자는 우리의 약속은 특정 개인의 이익이 아닌 문제를 겪고 있는 더 많은 당사자들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행위입니다. 그리고 조합원들이 조합의 목적과 가치에 동의하고 실제 활동을 통해 그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바로 신뢰를 통한 협동으로 문제를 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비영리 주거모델의 실험, 달팽이집


1부 강연을 마치고 참여한 조합원들과 함께 진행한 2부 행사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협동의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임소라 이사장은 들어가는 이야기로 “우리가 함께 사는 과정에서 협동이나 합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것, 혹은 그 과정 자체가 사회적 자본을 쌓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지금 조합의 활동을 해석하였습니다.


“2014년 조합을 설립할 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설립하려 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워 일반 협동조합으로 설립했었다. 그리고 2017년까지의 활동을 통해 시장에서의 가능성과 사회적 자본의 선순환 가능성에 대해 확인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공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주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공급자의 입장에서 정책제안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과거의 공급자 위주의 주택정책과 다를 바가 없으며 공공성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입자 입장에서 정책 제안을 하는 역할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이 정도로 세입자들이 모여있는 곳은 우리 조합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고 엄청난 것을 새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미 잘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자리는 조합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자리이고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조합원들과 함께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보려 한다”


정남진 사무국장은 3차례에 걸쳐 나간 카드뉴스의 내용을 기반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 논의에 대한 간단한 발제를 이어갔습니다.


“민달팽이 운동을 하면서 처음에는 공공에 새로운 주거모델을 요구하였지만, 결과적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직접 우리가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달팽이집을 공급하였다. 처음에 집도 없이 시작한 협동조합이었지만 함께 자원을 모아 달팽이집 1, 2호를 공급하였고. 입주한 조합원들과 함께 노력하여 성공적인 모델로 만들어왔다. 그렇게 지속가능성을 확인하면서 달팽이집이 늘어갔고, 그러는 동안 사회주택과 관련한 제도와 정책도 하나 둘 만들어지게 되었다”


“우리의 모델이 성공적인 사례로 된 것은 조합원들의 함께 협동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을 고민하는 시기가 되었다. 좀 더 우리의 지향과 가치에 많는 단체 형태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그것이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더 가치있고, 더 민주적이고 더 투명한 조합을 만들기 위해 이제 함께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 카드뉴스 모아보기

▶ 카드뉴스 1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탄생하기까지 : https://goo.gl/dQIPtz

▶ 카드뉴스 2탄 달팽이집을 지읍시다 : https://goo.gl/oFoUu4

▶ 카드뉴스 3탄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며: https://goo.gl/pDdbmG



개인의 경험이 사회적 가치로

발제가 끝난 이후에 참가자들은 두 개의 조로 나누어 조합의 활동에 관련된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달팽이집·공유·반상회·비영리·사회주택·안정·가치·협동 등 지금까지 조합의 활동과 가치에 관련된 다양한 키워드를 조합하여 참여자들은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 가졌던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였습니다.


▶ 달팽이집에 들어올 때 이 집이 어떤 집이고 어떻게 살 지를 합의하고 들어온다는 느낌이어서 신선하였다. 일반적으로 세입자는 집에 대해 수동적인 것과 다르게 주인의식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고, 시작부터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내 권리를 알 수 있게 하는 과정이어서 좋았다


▶ 달팽이집에 들어오기 전에 살았던 집에서 나올 때까지 누수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었다. 집을 구하는 데 안전문제가 중요한데 안전한 집을 선택하면 임대료가 비싼 문제가 있는데 달팽이집에 들어오면서 안전하면서 적정한 가격의 집을 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반상회를 처음으로 해보았는데 재밌고 너무 건전(?)해서 좋은 것 같다!


▶ 달팽이집에 살면서 나의 감성적인 부분도 잘 공유되는 느낌이 있는데, 이러한 부분까지 공유되는 공동체가 더욱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공동체와 달팽이집들이 늘어가는 것은 우리의 공동체가 확장된다는 의미에서 너무 좋다. 달팽이집이 단순히 집이 아닌 어떤 가치로 읽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 달팽이집 공작단에 참여하면서 리모델링으로 집을 공급하는 과정이나, 이런 활동을 통해 수요자 집단이 형성되는 것 같아 좋았다. 최근 사회주택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달팽이집의 모델이 지속가능하게 유지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늘 강의를 들으면서 신뢰를 통해 이런 것들이 만들어지고 유지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되었다. 이 신뢰가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우리가 지금 협동을 통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지 잘 고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달팽이집이라는 비영리주택을 공급하고 있고, 이를 통해 공동체를 만들어 잘 사는 것이 사회적 가치를 증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사회적 협동조합 논의는 매우 좋은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 공간에 대한 소유와 통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공작단을 통한 경험은 집을 통해 어떻게 더 나아질 수 있는지 고민할 수 있고, 이러한 점에서 더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 고시원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그 공간이 주거문제에 있어 마지막으로 내몰린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관’과 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의 모델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적으로 다른 경로를 제시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원래 소통에 서투른 사람이었는데 달팽이집에 살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요구할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그리고 2년 넘게 살면서 공간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경험과 반상화를 통해서 민주적인 부부눈에 대해서도 경험하게 되는 것 같다.


▶ 저는 달팽이집이 아니라 다른 협동조합형 주택에 살고 있는데, 그 집에 들어가면서 옆에 누군가 아는 사람이 사는 것에서 안전, 안정을 얻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조금 다른 것을 꿈꿀 수 있는 여유가 생겼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 교류회처럼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많이 없는데, 이러한 경험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많이 변하는 것 같은데 이러한 자리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 제가 달팽이집에 들어오게 된 것은 집을 통해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가지는 곳이라는 부분에 동의해서 들어오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살고 있는 방만 신경 쓰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걸 넘어 집 전체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집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누수문제가 생겼는데 어떻게든 자발적으로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집에 대한 주도성이 생기는 것 같았다. 또 하나 ‘공존’에 대한 부분에서는 달팽이집에서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가치에 대해 알게 되고, 때로는 갈등도 생기기도 하지만 함께 살고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어렵지만 많이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


▶ 집에 들어갈 때 현관에 적어도 9켤레 정도의 신발이 보이는데, 이게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장면인 것 같다. 사실 방에 들어가게 되면 잘 볼 수 없는 경우가 많지만 항상 관계성 안에서 살고 있다라는 것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인 것 같다. 또 공과금과 관련해서 관련 지원제도를 찾다보면 쉐어하우스라는 형태가 아직 사각지대에 있는 것을 많이 느꼈다. 단순히 쓴 만큼 돈을 내는 것을 넘어서 같이 산다는 게 사회적으로 어떤 맥락이고, 어떠한 노력을 더 해야 하는지, 정책적으로 무엇을 고민해야 하지는 지를 민쿱 안에서 더 상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집’은 욕망의 집합이고, 대표적인 사회적 딜레마에 처해 있습니다. 안정적 주거를 원하고 높은 임대료 부담으로 높은 집값에 분노하면서 나는 집을 소유하고, 집의 가치는 올랐으면 하는 이율배반적인 감정들. 이런 ‘치킨게임’에 놓여 있는 집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협동적인 ‘사슴사냥게임’으로 바꾸는 것에는 협동과 비영리에 실마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비영리 주택을 공급하여 왔으며, 그 과정에서 부딪히는 무수한 어려움들을 조합원들과 조합의 가치에 지지하는 사람들과의 협동과 연대로 해결하여 왔습니다. 비영리라는 집에 대한 명확한 관점을 제시하고, 함께 모여 주거공동체를 이루어 사회적 비용 감소와 새로운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내는 조합의 활동은 분명히 입주자 개개인의 이익을 넘어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5월 교류회를 시작으로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에 대한 논의를 조합원들과 시작할 예정입니다. 그 과정은 단순히 껍데기 뿐인 법인형태 전환이 아닌 사회적 협동조합 전환의 배경과 필요를 지금까지 조합의 활동과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가치를 구성원들과 함께 확인하고 채우는 과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진행될 논의를 통해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이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첨부자료  :  5월 교류회 참고 자료.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