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달팽이집] '달팽이집 미아' 입주이야기

2020-12-11
조회수 2095

2019년 민쿱이 빈집활용 토지임대부 사업자로 선정되며 연희동과 함께 미아동 주택을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달팽이집 미아는 어떻게 되고 있을까? 입주는 언제쯤 하지? 궁금하셨을거 같아요!

9월 말에 리모델링이 마무리되고, 10월부터 입주가 시작되었답니다.


달팽이집 미아는 특별하게,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에서는 최초로, 달팽이집 하나에 한 단체가 온전히 입주하게 된 케이스에요!

바로 '달팽이팀'인데요. 

민달팽이가 달팽이팀을 달팽이집에서 만나게 되었답니다! (이름에서 오는 이 친근함은 무엇? ㅎㅎ)


자서전을 만드는 달팽이팀이 입주한 이야기를 입주조합원 병철님이 생생하게 담아서 보내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아요!


리모델링 전리모델링 후


달팽이팀을 소개합니다.

달팽이는 평범한 사람의 자서전을 제작하는 팀입니다. 대부분의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는 걸 권장받아왔는데요, 정작 우리의 삶은 그런 위대한 인물들보다 가족과 주변 이웃, 선생님, 직장동료 등의 인물들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그 삶은 대부분 이야기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달팽이는 그런 평범해서 중요한 삶들을 조명합니다.


민달팽이는 이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활발히 활동하던 시기였습니다. 팀원 중 글을 쓰는 친구가 카페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오랜만에 만난 민달팽이의 정헌님께서 명함을 건네주시면서 민달팽이협동조합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사무실 공간으로 쓸 좋은 공간이 있는데 달팽이 팀이 써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그래서 달팽이 팀을 소개해드리고 그 공간을 어떻게 쓰고 지역주민과의 교류는 어떻게 좋을지 회의를 여러 번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머지 멤버들도 민달팽이협동조합의 존재를 알게되었습니다.

민달팽이 X 달팽이팀 첫 미팅 (2019년)


입주과정은 이러하였습니다.

최초로 제안이 온 것은 2019년 중순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예정입주일자를 2019년 말로 알고 있었는데 연희동 사업이 미뤄지면서 미아동도 같이 미뤄진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정헌님께서 홍근이에게 1층 가정집을 사용할 다른 작가분들을 모집하는데 도움을 달라 하셨고 고심하던 저희는 그냥 저희가 입주하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저희 팀에는 고향이 서울이 아닌 친구가 3명이 있었고 각자의 거주공간 퇴실시기와 달팽이집 입주시기가 우연히 잘 맞물리게 되어 긍정적으로 검토하였고, 지층 공간이 생각보다 활용하기가 쉽지 않아서 1층 공간을 거주 겸 회의공간으로 하자는 의견이 모였습니다. 그렇게 달팽이 내부적으로는 결론이 났고 코로나 상황과 장마가 겹쳐서 공사가 조금씩 지연되어 입주는 추석 이후가 되었습니다.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된 늦여름쯤 이웃주민들에게 떡을 돌리게 되었고 9월 초에 이르러서는 정릉의 한 카페에서 기웅님과 함께 입주계약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그리고 10월 초에 정재가, 10월 말에 제가, 그리고 12월 초에 홍근이가 이사오게 되었습니다.

2020년 여름, 이사 전 떡돌리기



달팽이집에 입주하였습니다.

입주자 3명 모두 새로운 보금자리에 매우 만족합니다. 개인의 생활공간과 각자의 작업 및 회의공간이 분리되어 있다는 것이 삶의 질을 아주 높여주었습니다. 사실 원룸에 살 때는 밥을 먹는 공간, 잠을 자는 공간, 공부를 하는 공간이 모두 하나여서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이 집에 오고나서야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입주 전후로 한 달 정도는 하루 종일 오늘의 집을 들락날락하며 집을 어떻게 꾸며야할지 고민했던 것 같고,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삿짐을 옮기고 집 안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어떤 할머니가 집 안으로 불쑥 들어오셨습니다. 무슨 일이시냐고 물었더니 그냥 문이 열려있어서 들어와봤다는 겁니다. 근처 빌라에 살고 있다고 소개를 하시더니 마주치면 인사나 하자고 하시더니 집을 실컷 구경하고 가셨습니다. 또 하루는 인근 공사장의 인부께서 초인종을 누르시더니 커피 좀 마시게 뜨거운 물을 좀 달라고 하셨습니다. 태어나서 그런 요청은 처음 받아보았는데 얼떨떨한 기분으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드렸습니다. 다른 일화로는 집주변의 카센터 아저씨가 있는데요, 운전면허를 딴지 얼마되지 않은 제가 주차를 잘 하지 못해 길을 막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께서 카센터를 운영하신다면서 운전석에 오르시더니 한 방에 넣어주시고 홀연히 사라지셨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을 겪으며 이 동네는 서울에 올라와 내가 살았던 동네와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전까지 자취를 할 때는 이웃이란 지하철을 같이 탄 사람들처럼 어쩔 수 없이 부대끼며 가야하는 존재였다면 이곳에서의 이웃은 제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이웃’의 느낌이랄까요. 근처 빌라 할머니와 공사장 인부 아저씨, 카센터 사장님 앞으로 마주친다면 못 본척 어물쩡 넘어가지 않고 인사 제대로 해야겠습니다.



병철: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실감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저녁을 어떻게 먹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집 오는 길이었던 정재가 전화가 와서는 이삭토스트 네 것도 사갈까? 물었을 때의 기쁨 같은 것이요.

정재: 로꼬의 <하기나 해>라는 노래 속에는 ‘욕조가 있는 집에 가는 게 꿈이었지’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저는 꿈을 이뤘고 욕조를 매일 쓰고 있습니다.

홍근: 생활 공간도 아주 마음에 들지만 옥상과 지층 또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좋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저는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 중입니다.





민달팽이와 달팽이팀이 만나, 어떠한 시너지를 내고 어떠한 기획들을 할 수 있을지 몹시 기대가 됩니다:D

'달팽이집 미아'의 소식을 많이 기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