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로 날아간 민달팽이 이야기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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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AMCCO에 참여하셨던 서울연구원 김지은 박사님을 통해, 수처작주 최경호 소장님을 통해 소개를 받고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의 사례발표를 위해 카이로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2인의 지원을 받고 가기로 했는데 주최측에서 1인만 경비를 지원해서 혼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협동조합 스터디를 시작으로 협동조합에 대한 고민들을 담은 인터뷰 영상도 기획했고, 컨퍼런스에서 얻은 정보와 인사이트도 나누려고 했는데😭😭 아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생생함을 담아왔습니다. 출발!

*메인 행사장 입구

  • 제13차 아프리카 장관급 협동조합회의 The 13th Africa Ministerial Cooperative Conference( AMCCO)

  • 주제: 함께 성장하는 아프리카: 아프리카 협동조합, SDGs 2030 및 아프리카 의제 2063

  • 일시: 2022년 10월 17-20일

  • 장소: 이집트 카이로

  • 주최: 국제협력연맹 아프리카(ICA-Africa) 및 사무총장

  • 후원: 이집트 아랍공화국 대통령

  • 홈페이지: https://amcco.co/

  • 주요 활동: 개회 세션, 과학 세션, 워크숍, 네트워킹 세션 및 전시. 함께하는 전시회

1)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례 발표

한국이라는 나라의 제도와 배경을 파악하고 청년주거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달팽이의 여정을 잘 설명하고, 동시에 이분들에게 참조가 될만한 부분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발표 자료는 미리 보내두었지만 낯선 곳에서 발표준비하다보니 긴장도 되고 밥도 잘 못 먹고 이틀을 보냈습니다. 시차적응이 어려워서 처음 며칠은 새벽 5시에 눈이 떠지더라고요. 원치않게 미라클모닝🌞 

 

막상 행사장에 도착하니 TV에서 보던 UN국제대회 느낌이 물씬 나서 스케일에 압도되었습니다. 워낙 큰 이야기들을 하는 자리라서(아프리카 2063년, SDG 등) 우리의 고민과 내용이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심도 되고, 그럼에도 준비해간 것을 잘 전달했습니다. 끝나고 나서 명함과 발표자료를 요청해주시는 걸 보면 도움이 되었나보다 막연히 추측할 수 밖에 없었는데 컨퍼런스 기간동안 만난 분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어느 지점이 인상적인지 자세히 들을 수 없어 아쉬웠어요. 


2) 아프리카에서 협동조합을 주목하는 이유

아프리카 장관급 협동조합회의는 올해 주제답게 아프리카 대륙 내 다양한 국가의  정부기관과 협동조합에서 참석하셨어요.

그리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제안과 2063년을 목표로 의제들을 제시해주셨습니다. 


주제 1: 아프리카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협력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 의제 2063 목표

주제 2: 협동조합 간 협업: 통합된 사회경제적 발전 모델

주제 3: 지역사회 발전에 있어 성공적인 협동조합 프로젝트의 역할

주제 4: "African Continental Free"의 혜택을 극대화하는 협동조합의 역할 : 무역 협정(AFCFTA, 2019)

주제 5: 협동조합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법적, 행정적 틀 개발 참여

주제 6: 생태적 필요와 환경 변화 사이의 협동


컨퍼런스의 규모와 주목도를 보자면 그 어느 곳보다 협동조합에 대한 의지와 관심이 높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궁금해졌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왜 협동조합에 주목할까? 청년들이 주거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왔는지가 왜 궁금할까? 

협동조합의 민주성, 자본의 협동, 지역사회와의 연결 등 7원칙의 여러 가치들이 이들에게 의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협동조합은 집단적 노력을 통해 지역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통로입니다". -Tonny kibalama 우간다 -

Cooperatives are channels through which communities can be developed through collective efforts."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발전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에, 사람들은 '협동조합'이 구성원에게 이익이 되고 발전하며 자원을 한데 모으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Effiok Ekpenyong 나이지리아 -

You know since in African leaders are having a tough time allowing development to flourish in a normal way, the people see Cooperatives as their only means of pulling resources together to start development in whatever small way they can that will benefit the members.

"(중략)아프리카에 대한 서구 열강의 영향력을 깨기 위해"

(중략) to break the influence of the western powers over Africa.  - Yisa Rifkatu 나이지리아 -

 

3) 아프리카의 다양한 국가에서 오신 분들과의 네트워킹

많은 분들이 먼저 다가와서 발표 잘 들었다,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초대하고 싶다 말씀해주셨어요. 얼굴 노란 동양인은 저 한명뿐이라 그런지 먼저 인사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나라마다 사람마다 다르긴 했지만 친절하고 열린 마인드, 여유와 유머가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같은 사람을 겹쳐 만나기 어려웠고 매번 매 시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인사했네요. 다들 저와 사진을 찍고 싶어했어요. 쑥스러움이 많은 분들은 인사도 없이 사진기를 들이대셨어요. 길거리였다면 정색했겠지만 컨퍼런스니까 다 웃으며 찍어드렸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사진이 없네요;)

반도에 있는 코리안 걸은 감각하지 못하는 대륙 바이브를 살짝 느꼈습니다. 3면이 바다이고 내륙은 전부 우리 나라가 아닌, 고유한 문화와 기후, 특성을 가진 54개의 개별 나라가 모인 1개의 대륙이라는 것을, 이 당연한 사실을 구체적인 사람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어요. 관심 있었다면 알았을 정보이지만 구체적 사람들을 통해 호기심을 가질 계기도 되었어요. 기니가 3개인지 처음 알았고, 나일강의 풍요를 지도를 보며 확인할 수 있었고요. 나일강 이야기를 할 때 저마나 자신의 나라가 기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케냐의 경우 빅토리아 호수가 기원이라는 말씀도 빠트리지 않으시더라고요. 다들 자기 국가에 대한 자부심이! 저도 마음속으로는 매우 애국자가 되었습니다(웃음) 덧, 출산과 종교에 대해서도 자주, 완곡하게 강요받았습니다(웃음) 가진 생각의 토대가 참 달라서 신기했어요. 

 

4) 컨퍼런스 운영

엄청 큰 행사였습니다. 아프리카 각국에서 대표로 오신 분들과 협동조합의 대표분들이 수백명 계셨고 매번 대형버스로 움직이는데 처음 2회는 경찰이 앞뒤옆으로 가드하고 도로도 터주더라고요. 저희가 가는 자리마다 카메라들이 엄청 많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을 준비해두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정부 차원에서 건설한 협동조합 건물 기공식 같은 것이었는데 악단과 말공연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이 대형 현수막 앞에서 춤을 추셨고, 쏘울 충만한 발재간에 갑자기 축제가 되고 모두가 카메라를 꺼내는 진풍경이 펼쳐졌어요.

 

 행정신도시투어, 네트워킹 파티, 나일강 크루저, 디너갈라쇼까지 와우, 대통령이 탐방하면 이런 일정일 것 같아요. 물론 이동하는 버스는 좌석이 매우 좁아서 지금도 엉덩이가 아픕니다. 모든 프로그램과 일정에 최소 디레이가 1시간이었어요. 목요일이었습니다. 행정수도 개발지는 지중해에 맞닿아 있었는데 버스로 왕복 9시간이 걸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이집트 자랑의 끝장판이었는데 일정표상은 저녁 6시, 경험상은 8시-9시에 도착할 것이라 믿었던 버스가 중간에 주최측 사무총장님이 교수로 계신 대학소개 프로그램까지 진행하자 밤 11:30에 숙소에 도착하는 사건이 벌어졌지요. 약 15명이 비행기를 놓치고 숙소를 다시 잡는 혼란의 밤이었어요. 일을 잘 한다는 것이 별 것이 아니라 시간을 잘 지키는 것이고, 동원과 자랑은 적당히 해야 무리없이 수용이 되겠다는 당연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그래도 지중해 바다는 끝내주게 아름다웠습니다.

 

덧, 입국 픽업에서 수화물 검사 없이 프리패스, 출국 수속을 거의 다 함께 해주셨는데 줄도 거의 안 서고 거의 프리패스로 빠르게 수속했습니다. 공항 프리패스는 엄청난 권력인데 이 행사가 이 정도구나 위상을 느꼈습니다.

 

5) 신도시 개발

현재 수도인 카이로의 기존 도시는 정비가 많이 필요합니다. 주거빈곤은 물론이고 도로와 건축물만 봐도 도시정비가 필요함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약 50km 떨어진 곳에 신도시를 짓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요. 신도시뿐만 아니라 인근에 쇼핑하고 거주하는 존이 있고 행정신도시는 또 별도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큰 신도시 개발이라고 하는데 정말 어마어마해서 이게 가능한가 싶었어요. 비용과 시간도 당연히 문제지만 정부 주도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용도의 건축물들이 거대한 오페라하우스, 행정복합건물, 고급아파트, 리조트 등 고급 숙박 시설 등인데 이곳에 올드시티 거주민들이 이사올 수 있을까? 그들의 필요에 부합할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축물의 스케일에는 놀랄 수 있지만 비어있는 유령도시가 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곳곳이 흙더미고 도로정비가 먼저 필요해보였습니다. 박정희 시대의 도시개발과 새마을 운동이 떠올랐고 아니나다를까 아프리카의 많은 분들이 한국과 아프리카의 경제성장 수준이 비슷했는데 한국이 압도적으로 잘 살게 된 것이 중앙정부 주도의 개발과 운영을 잘 한 덕분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빠른 시간(임기)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방식으로 설계된 도시는 이런 모습일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들고 싶은 도시는 어떤 모습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시민들의 숙의가 정말 소중하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5) 개인적 소회

시내와 숙소가 1시간 30분 거리이고 경비가 삼엄해서 우버가 들어올 수 없는 지역이었어요. 카이로에 머물렀던 5일간 숙소에 갇혀 지내면서 온전히 컨퍼런스의 프로그램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코리안 리틀걸이 혼자 움직이기에 안전하지 않은 부분도 있었고, 주최측에서 참여자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제한한 부분도 있어서 이틀에 걸쳐 15시간 비행을 해 날아갔지만(눈물) 피라미드는 보지 못했습니다. 이집트 박물관은 물론이고 기념품 구입도 못하고 궁전같은 감옥, 아니 숙소에서(쿨럭), 엉덩이가 튀어나올 것 같은 좁은 버스 안에서 갇혀 있다 왔습니다. (내 연차 돌려줘 엉엉) 가장 맛있었던 것은 망고주스였고, 한국 음식이 정말 그리웠습니다. 어쩌면 이제 시작일 것 같아요. 받은 명함들을 잘 정리하고 서로 나눈 협력의 이야기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참조점이 될 수 있는, 도움을 드릴 수 있는 존재로 남으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6) Thanks to Julie &Azza!

이집트의 아자 교수님을 통해 컨퍼런스 준비를 하고 현장에서도 일정을 챙겨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우리의 모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정확하게 안내하고 설명해주셨어요. 

줄리는 지난 12월 ICA대회 발제를 위해 저희를 초대해준 ICA주택분과 직원이시기도 해요.

(지난 ICA발제 현장이 궁금하시다면 클릭

이번에 타국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고, 줄리의 발제도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줄리에게 질문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짧은 영어가 아쉽기만 했네요. 또 뵐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