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달팽이를 주목하다.

언론 속 민달팽이

언론 속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2014. 07. 23.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뉴스레터, 세모편지에 실린 민달팽이

청년 세입자들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에 나선 ‘민달팽이 유니온’  세모현장 
2014/07/23 17:48
 http://sehub.blog.me/220069469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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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을 지읍시다, 점점 싸게 점점 많이

청년 세입자들을 위한 사회주택 공급에 나선 ‘민달팽이 유니온’ 

  


                  달팽이집 앞에 선 민달팽이 유니온 운영진. 왼쪽부터  임소라 경영지원팀장, 권지웅 대표, 이강희 운영지원팀장

 

 아무리 노력해도 오를 수 없는 나무라면 아예 오를 생각도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런 나무들은 한 그루씩 있다. 그러나 그 나무들이 인간답게 살기위한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나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민달팽이 유니온 대표 권지웅씨는 청년들이 

오르기를 포기해버린 ‘주택’이란 나무를 새롭게 심고 있다. 

 

 “예전에 친한 동생이 이화여대 근처에 월세 19만 원짜리 방을 구했다고 아주 즐거워하더군요. 하지만 전 알아요. 그래서 함께 웃어줄 수가 없었죠. 그 집은 좁고 습기가 차 천장엔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을 테니까요. 그 순간 그 퀴퀴한 방 ‘한 칸’의 삶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변해야한다고 생각했고 행동에 옮겼습니다. ”

 

 청년들에게 집을 소유하지 않고도 안정적이고 쾌적한 주거공간을 마련해주려는 비영리주거공급협동조합 ‘민달팽이 유니온’은 이렇게 탄생했다. 

 

"쾌적한 주거환경은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처음엔 청년들에게 집을 공급한다기 보다는 열악한 세입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전월세 상한제나 세입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들을 모색했다. 

 하지만 한계에 부딪쳤다. 힘겨운 노력들이 정책으로 반영 되지 않았고 실질적인 청년의 삶은 바뀌지 않는 답답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권 대표는 "그러다 아예 우리가 그런 집을 직접 공급해보자! 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2년 여 간의 노력 끝에 민달팽이 유니온은 서울시 남가좌동에서 주택공급을 시작했다. 이른바 달팽이집이다. 달팽이집 201호, 202호라 명명된 집 두채가 현재 6명의 청년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 지은 12평 집에 드럼세탁기, 책상, 옷걸이까지 제공되는데 고시원 가격

 집은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장기 계약을 해 임대료를 시세의 75% 정도로 낮췄다. 보증금도 저렴한 편이어서 2인실은 1인 기준 50만 원(총 100만 원)이고 1인실은 75만원이다. 월세는 2인실이 1인 기준 20만 원(총 40만 원), 1인실 3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달팽이집은 신축 건물로 깨끗함을 자랑한다. 면적은 3명이 함께 쓰기에 부족하지 않은 크기(전체 면적 40.39㎡ 약 12평)로 가스레인지, 드럼세탁기도 공용으로 구비되어 있다. 개인책상과 옷걸이도 각 방마다 준비되어 있다. 

 

 최종입주대상자는 조합원의 심사를 거쳐 다음 달 결정된다. 임소라 경영지원 팀장은 “이번에 최종입주자 6명이 선정되면 이들이 내는 월세 중 2만5천원씩을 적립해 다음 달팽이집을 짓는데 쓰일 예정"이라며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청년의 주거권을 확대하기 위해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달팽이 유니온의 주택협동조합은 크게 두가지 형태로 나뉜다. 조합비를 내는 회원과 운영비만을 납부하는 회원이다. 

 조합비는 1구좌에 5만원 그리고 운영비는 매달 1만원 정도이다. 6구좌 이상을 출자한 조합원에겐 조합이 임대해주려는 주택에 입주할 자격이 주어진다. 만 39세이하의 청년이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 7월 22일 기준으로 민달팽이 유니온의 회원은 240명,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조합원은 110여명이다.  

 

청년 주거빈곤층 전국 139만명...서울에만 36%

 민달팽이 유니온이 발간한 ‘청년 주거빈곤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39만 명의 청년이 지하방, 고시원등을 전전하며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울은 1인 청년 36%가 주거 빈곤 상태라고 한다. 현재 서울의 저렴한 원룸 평균 월세는 41만원에 이른다. 거기에 평균 주거유지비인 8만2천원을 더하면 약 50만원에 육박한다. 이 금액은 대학생 월 평균 소득인 79만 7천원(서울연구원, 서울시 거주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능력 분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율이다.

 

 권 대표는 달팽이집을 통해 좌절감에 빠진 청년들이 활력을 찾아 미래의 주역으로 힘차게 날아오르길 기대하고 있다. 

 “혼자 해결하기엔 너무 막막하잖아요. 아무리 셈을 해봐도 답답하기만 하고요. 100만원 씩 돈을 안 쓰고 모아도 10년 해야 1억 2천인데 집 하나 못 구하잖아요. 그러니까 혼자 끙끙대지 말고 같이 풀어 갔으면 좋겠어요. 혼자서는 너무 힘드니까요. 그리고 이 달팽이집이 그걸 증명하는 곳이 되면 더 좋겠어요. 조합원 100명이 모여서 6명의 거주공간을 만들었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망을 갖게 되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점점 달팽이집의 숫자를 늘려가고 싶습니다.”

 

 

 중개서비스와 룸메이트 연결 사업으로 확장..."편의점만큼 달팽이집이 많아지길"


 조합은 공유경제의 일환인 주택공급뿐 아니라 세입자들의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중개서비스 그리고 마음에 맞는 룸메이트를 연결시켜주는 '룸메 매칭' 사업도 함께 펼치고 있다. 

 주거와 관련된 상담을 제공해주는 ‘주거 전문가 양성과정’을 통해 현재 30명이 넘는 전문가를 배출했다. 조합의 또 다른 목표는 집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는 것이다. 권 대표는 "집이란 단지 사는 공간으로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어가는 구심점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남가좌동에 '거북골'이라는 곳이 있어요. 주민들의 쉼터공간이죠. 또 '노매드'라는 청년 공동작업장도 모래내시장 입구 쪽에 있는데 달팽이집이 이런 공간들을 함께 연결하는 곳이 되면 좋겠어요. 1층을 터서 동네 아이들이랑 주민들이 쉴 수 있게 하는 것도 목표에요.” 

 

 더 큰 목표는 "삶으로서의 집을 찾아주는 것"이란다.

 "워낙 바쁘고 돈 벌기가 쉽지 않아서 집답게 못 쓰고 있잖아요. 일기를 쓰기도 하고 친구랑 놀기도 하는 기능을 모두 잃은 느낌이 들어요. 샤워하고 자는 곳이 되어버린 거죠. 공부는 카페에서 하고 친구도 다른 곳에서 만나고, 밥도 집에서 못 챙겨 먹고... 그래서 삶의 공간으로 집을 회복하고 싶은 게 제일 큰 목표입니다."

 

 이강희 운영지원 팀장은 누구든 찾아올 수 있는 집, 사는 재미가 있는 집을 꿈 꾼다.

 “삶에 대한 이야기가 없어진 것 같아요. 그래서 달팽이집은 언제든지 마음 놓고 찾아올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어요. 가장 바라는 건 누군가 '나 달팽이집에 살아' 했을 때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너 좋겠다' 아니면 '너 참 재밌겠다'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좋겠어요.”

 

 이들의 아름다운 꿈.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권 대표는 역설적인 답을 내놨다. '그런 우려와 기대 덕분에 달팽이집이 생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게 성공할까? 라는 우려와 기대를 해주신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첫 달팽이 집이 생겼어요. 다음 달팽이집들도 그렇게 만들어질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문제의식을 행동으로 옮겨주시면 좋겠어요. 달팽이 집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지역에서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가 되어 주시면 좋겠어요. 민달팽이 유니온에 출자해주시면 제일 좋고요.(웃음)” 

 

 그는 "여러 가지 이유로 여기 들어오고 싶은 분들이 있지만 모두 충족시켜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달팽이집이 편의점 개수만큼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방은 공간을 채우는 기억의 산물’

   

  이야기는 달팽이집에서 나와 바로 앞 홍제천 산책로에서 끝이 났다. 사진이 역동적이어야 한다며 열심히 줄넘기와 배드민턴을 하는 모습에서 20대의 활발함이 느껴졌다. 

 민달팽이 유니온이 상상하는 집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아마 사람이 ‘사는’ 곳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허투루 하는 표현이 아닌 정말로 이웃과 사촌처럼 지내고 함께 밥을 먹고, 한 달에 한 번은 같이 문화생활을 하는 그런 공간 말이다.

 

 미셸 페로가 쓴 <방의 역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방은 ‘실재하는 동시에 상상의 공간’이다. 네 개의 벽과 천장, 바닥, 문, 창문이 방의 물질적인 측면을 이루지만, 방을 방답게 만드는 것은 그 공간을 채운 기억들이다. 도망자의 방은 긴 공포와 짧은 위로가 교차하고, 여행자들에게는 낭만과 기대가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그들이 만들어갈 집에 대한 기억이 궁금하다. 

 

 

※비영리주거공급협동조합이란? 

조합원들과 주거(집) 공동체를 이루고, 공급 및 관리를 비영리로 운영해 공동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달팽이집은 조합원의 출자로 주택을 직접 구입하거나 임차해 조합원에게 일정 기간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글. 조득신, 백선기(이로운넷)

  사진. 이우기(사진가)